얼마 전 이탈리아 미술관을 다녀왔을 때의 일입니다. 바쁜 일정 때문에 빠르게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던 중에 그 유명한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게 됐어요. 사실 카라바조는 이미 너무 유명했기에 미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에게는 눈에 익을대로 익은 작품이었어요. 하지만 그보다 저의 발길을 멈추게 한 건 카라바조와 같은 시기, 같은 화풍으로 그림을 그린 무명의 화가 작품들이었어요. 그 기법이나 실력 면에서 카라바조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어요. 그렇다면 왜 카라바조는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고 이들은 그렇지 않을까? (한국으로 돌아온 지금,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답니다.) 그 순간, 제 옆을 지나는 다른 관객들은 이렇게 말했어요. ‘아, 카라바조가 아니네.’ 그리고 빠르게 작품을 지나쳤죠. 그들의 감상은 그렇게 끝났을 겁니다.

미술관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때, ‘큐레이션’을 합니다. 작가의 작품을 연구한 큐레이터들이 더 교육적으로, 그리고 더 깊이있는 감상이 가능하도록 작품 배치를 하는 것이지요. 이 큐레이션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관객에게 기반 지식이 필요합니다. 우리 클럽에서는 이처럼 세계 10대 미술관을 방문할 때,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야를 키우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. 모임 후에는 단순히 유명한 화가의 작품만 딱딱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, 미술관을 더 넓은 시야로 보고, 내 생각을 정돈할 수 있게 될 거예요.